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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보험 산업에 '테크'바람이 불다Business 2020. 3. 12. 21:57반응형
보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정적인 비용이 지출되어 때로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설마 이번에 사고가 나겠어?'하는 마음으로 해지할까 고민도 한다. 하지만, 나는 보험을 통해 실질적인 수혜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계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보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보수적인 이미지. 불합리한 이미지. 아마 이와 같은 이미지들도 많이 떠오를 것이다. 이는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금융업의 특성, 장기계약이라는 보험의 특성이 작용한 결과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이런 보수적이고 불합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보험 산업에 IT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된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나, 고령화와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학적 변화,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거시경제적 변화, 기존 보험사의 상품 및 영업방식에 대한 밀레니얼의 반감 등 현 상황에서의 '궁여지책'이라고도 생각된다. 이에, 위와 같은 상황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험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앞으로의 보험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도 예상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보험사, 'Lemonade'
2015년에 설립된 'Lemonade'라는 미국 보험 스타트업은, AI와 챗봇을 도입해 어플리케이션만으로 보험 가입과 보험금 수령을 한다. 사고 피해를 어플로 신고하면 3초 내 지급될 보험금이 계산되고 90초 안에 지급이 끝난다. 보험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와 오랜 통화를 하고, 보험금 청구하기 위해 수십장의 서류를 준비했던 복잡한 과정들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될 수 있다니. 확실한 메리트이다. 이에 더해서 기술을 적극활용하였기 때문에 보험료 역시 저렴해 많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보험설계사, 모객 수수료 등을 절감하였기 때문). 현재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이며, IPO를 준비 중이라 한다.
*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감독원이 보험사에 고객선정과 보험료 책정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혁신은 어렵다 한다.
참고자료
- 브로커 없는 보험사, '레모네이드'의 혁신, 전자신문, 19.04.24
온디맨드 보험 플랫폼, 'Trov'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Trov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물품 단위의 분실·파손' 온디맨드 보험 플랫폼을 선보였다.
*온디맨드(On-demand)란,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요중심의 경제
Trov는 어플 내 클라우드에 자신의 개별 물품들을 등록해 놓고, 스와이프 모션으로 보험을 손쉽게 On/Off할 수 있는 온디맨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료는 각 물품의 구입 가격과 보험금 한도에 따라 정해지며, 물품 보호 시작과 종료를 초 단위로 계산하여 1개월 단위로 보험료를 정산한다. 보상청고는 'Lemonade'와 유사하게 챗봇을 통해 이루어지며, 보상방법은 수리비 지급, 동일 물품으로 교환, 유사 물품으로 교환, 현금/바우처/기프티카드 등 서비스 적용 국가의 규정에 맞는 방식으로 보상된다. 보험의 대상을 고가 전자제품과 취미용품까지 확대시키고, 고객의 수요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보험을 들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새롭게 다가왔던 서비스였다.
참고자료
온디맨드 보험 플랫폼 Trov의 사업전략, KB지식 비타민, 18.09.12
카메라,자전거,폰...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 보험 가입 됩니다. 위클리비즈, 19.10.25
국내 보험 오픈마켓 스타트업, '보맵'
2015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일일이 설치할 필요 없는 보험사 통합 어플리케이션으로, 보험 가입·확인·조회·청구 등의 기본적인 보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보험 산업의 고질병인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하는 서비스로,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보험 상품을 찾고, 비교, 선택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는 상품의 구조와 장·단점을 잘 알고 있으나, 소비자는 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탓에 보험 소비자가 아프거나 사고가 난 이후에야 자신에게 맞지 않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맵은 바로 이런 상황을 해소하고자 한다.
보맵은 40여 개 민간 보험사(생명·손해보험 통합)에서 고객이 가입한 모든 보험의 보장내역, 납입보험료, 해지환급금 등 상세 내역을 한꺼번에 조회해준다. 거기다 고객의 데이터를 파악해 보장이 중복되는 보험을 알려주고, 보완이 필요한 보험 상품의 가격까지 비교·추천해 준다. 나의 데이터에 기반해 필요한 보험을 설계해 주니,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니 정말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보맵에서는 갑자기 죽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 아니라, 일상을 위해 단돈 몇 천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킥보드 보험, 하이킹 보험, 깁스 보험, 반려견 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향후에 가능하다면, 소액·단기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보험사가 되겠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보맵만의 특별한 서비스가 또 있다. 바로,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이다. 보험을 선물한다니. 누가 생각이라도 해 봤을까? 해당 서비스는 기프티콘으로 선물하듯 손쉽게 보험을 주고 받을 수 있게하는 기능이다. 귀가안심보험과 웨딩보험을 서비스로 하고 있으며, 소액으로 '안심'을 선물하는 가심(心)비 높은 서비스로 밀레니얼의 관심을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다.
참고자료
귀가안심보험웨딩보험 소액보험 선물하는 2030, 머니S. 2019.09.24
류준우 보맵 대표 "보험 가입서 청구까지 '보맵' 하나면 다 돼죠", 아주경제, 19.10.11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
2019년에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한화손해보험·SKT·현대자동차·알토스벤처스가 합작한 회사다.
캐롯손해보험은 일반보험은 물론, IT를 활용한 다양한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IoT·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입자의 주행거리 및 운전습관 등을 분석해 실제 차량을 운행한 만큼 보험료를 납부하는 '퍼 마일 자동차보험'이 있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을 산책할 때마다 On/Off할 수 있는 온디맨드형 펫산책보험인 펫슈어런스, 항공연착보상보험, 반송보험 등 실생활에 밀접한 보험 상품들도 제공하고 있다.
참고자료
캐롯손보 사업전략 윤곽... '켰다 끄는' 생활보험 나온다, 대한금융신문, 19.10.24
국내 2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등장...?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계얼사인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와 손을 잡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해외 여행보험, 일상 배상책임보험 등 개인 생활 밀착형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모바일 네트워크가 보험산업과 만나 어떤 양상을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직 출범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보험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참고자료
삼성화재, '카카오페이'와 국내 2호 디지털손보사 설립, 글로벌금융문, 20.02.07
삼성-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 설립 난항... 허가신청 내년으로 연기, 뉴스웨이, 19.12.27
마무리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보험업계에 '테크'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 판매가 설계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나, 예상보다 빨리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복잡한 과정들이 단순·간편해졌기 때문이며, IT 기술을 통해 사업비(인건·모객비용 등)를 줄여 결국에는 보험료도 더욱 저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곧 인슈어테크는 보험시장에서 당연한 섭리로 여겨질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 한 다양한 보험상품들도 등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산책시킬 때마다 켜고 끌 수 있는 캐롯손해보험의 반려동물 보험상품(산책 1회당 약 24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최근 명품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으니. 명품 패션 제품에 대한 온디맨드형 보험 상품도 나오지 않을까? 이처럼 보험대상 상품군의 다양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 자체의 수요도 굉장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밀레니얼 세대들의 보험가입률이 낮아 블루오션이고. 언제 닥칠지 모를 먼 미래의 위험보다, 눈 앞의 위험에 대비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저가형 + 온디맨드 보험상품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미니보험으로 포용하면서 파이를 더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더해서 '공유경제'도 한몫할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내 명품가방에 흠집이 나 있다면? 내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제품이 렌탈한 상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당연히 수선해야할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제품이고, 거기에 돈까지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에는 묵인될 수 있었던 작은 결함들도 공유경제로 나아가면서 중요해지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보험'과 '공유경제'는 서로 엮어져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된다.
* 예를 들어, 패션 공유 플랫폼인 미국의 RTR이나 국내의 클로젯셰어에서는 의류렌탈에 대한 보험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3법으로 인해 보험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조금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DMP(Data Management Platform)으로 발전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해 다른 산업군의 기업에 판매하는 BM도 생길 것이다. 퍼마일 자동차보험과 같은 경우에는, 운전자의 습관이나 주행거리 등의 데이터를 모빌리티 회사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모빌리티 업체는 해당 데이터를 이용해 보다 더 나은 모빌리티 제품을 만들거나, 고객에게 최적화된 추천광고를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보험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질 방대한 양의 데이터도 기대되며, 파생될 비즈니스 모델들도 기대가 되는 바이다.
아직은 이런 보험업계의 미래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와 같은 핀테크들도 익숙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해당 섭스들을 사용하는 사람을 쉽게 마주할 수 있지 않은가? 이처럼 곧 보험시장에서도 IT 기술들이 당연해질 것이고,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기업들이 보험시장에 뛰어들어 어떤 변혁을 끌어낼지 정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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